14:1 “여인의 몸에서 태어나는 모든 사람은 사는 날도 많지 않은데다, 그마저도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을 뿐입니다.
14:2 인생이란 꽃처럼 피어났다가 어느 순간에 팍 시들어 버리고, 그림자처럼 붙잡지도 못한 채 그저 덧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닙니까?
14:3 그런데도 주께서는 어찌하여 그런 미미한 사람에 불과한 나를 그토록 눈여겨 살피시고, 나를 데려가 주의 심판대 앞에 세우시는 것입니까?
14:4 어느 누가 더러운 것들 가운데서 깨끗한 것을 이끌어낼 수 있겠습니까? 아무도 그럴 수 없습니다.
14:5 사람마다 땅 위에서 살아갈 날수가 다 정해져 있기에, 모든 사람은 주께서 이미 정해 놓으신 그 날수대로 살아갈 뿐입니다. 어느 누구도 주께서 정해 놓으신 그 기한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.
14:6 그러니 이제는 나에게서 그만 눈길을 거두시어, 나로 좀 쉬게 하소서. 품꾼과도 같은 내 인생, 그저 남은 나날 동안만이라도 편히 좀 쉬게 하소서.”
14:7 ○ “나무에게는 희망이 있으니, 비록 베어져 쓰러지더라도 새로운 순이 다시 돋아납니다. 싹이 돋아서, 멈추지 않고 계속 자라납니다.
14:8 뿌리가 땅 속에서 늙어가고, 그루터기가 흙 속에 묻혀 죽어가더라도,
14:9 물 기운만 들어가면, 그 싹이 돋아서 다시 자라나고 새로 심은 듯 가지가 뻗어 나옵니다.
14:10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아니하니, 사람은 일단 기력이 쇠하여 죽으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맙니다. 마지막 숨을 거두면,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됩니다.
14:11 물이 바싹 말라 버린 강처럼, 물이 없어 그 바닥이 훤히 드러난 호수처럼,
14:12 사람도 한번 죽으면, 다시는 일어나지 못합니다. 하늘이 없어질 때까지, 일단 죽은 사람은 잠에서 다시는 깨어나지 못합니다.”
14:13 ○ “오 주여, 차라리 나를 무덤 속에 숨겨 주소서. 주님의 분노가 다 지나갈 때까지, 나를 거기에 감추어 주소서. 그리하여 기한을 정해 두셨다가, 때가 되면 나를 기억해 주소서.
14:14 사람이 한번 죽고 나면 어찌 다시 살아나겠습니까? 그러므로 이 몸은 이 고통스럽고 괴로운 날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, 거기 무덤에 꼭꼭 숨어서 꾹 참고 기다리겠습니다.
14:15 그러다가 때가 되어 주께서 나를 부르시면, 나는 큰 소리로 “예, 주님!”하고 주께 대답하겠습니다. 그러면 그때는 주께서도 주의 손으로 지으신 나를 보시고 흐뭇해하실 것입니다.
14:16 그러므로 비록 지금은 주께서 나의 발걸음을 일일이 헤아리고 계시지만, 그때는 내 죄를 낱낱이 살피지 않으실 것입니다.
14:17 또 그때는 주께서 나의 허물을 자루 속에 꾹꾹 눌러 담아 철저히 봉해 두시고, 나의 잘못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온전히 덮어주실 것입니다.”
14:18 ○ “그러나 이게 어찌 된 입니까? 산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듯이, 바위가 그 자리에서 온데간데없이 옮겨지듯이,
14:19 물이 돌들을 닳게 하여 없애버리듯이, 급류가 땅의 흙먼지를 모조리 쓸어가 버리듯이, 주께서는 사람의 소망을 다 쓸어가 버리셨습니다.
14:20 주께서 사람을 끝까지 다그치고 억누르시니, 사람이 모두 주 앞에서 사라지고 맙니다.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주 앞에서 멀리 쫓겨나고 맙니다.
14:21 그러므로 그의 자식들이 영예를 얻는다고 한들 그가 알지 못하고, 그의 자식들이 비천해진다고 한들 그가 알 길이 없습니다.
14:22 그는 다만 자기 몸의 고통만을 느낄 뿐이고, 자신의 슬픔만을 알아 마음속 깊이 통곡할 뿐입니다.”